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전 정부의 모든 혜택은 취소되고, 한국을 상대로 한 관세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뉴스가 연일 쏟아졌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관세 관련주들의 주가 변동을 예의주시했고, 코스피 지수는 관련 속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복잡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예고됐던 ‘관세 부과 철회’는 없었고, 정책은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오늘은 이 거대한 불확실성이 한국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의문: “즉시 폐지한다던 전기차 보조금, 왜 아직 살아있나?”
가장 큰 궁금증은 바로 전기차 보조금, 즉 이전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운명입니다. ‘첫날 바로 폐기하겠다’는 공언이 있었지만, 법안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살아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거대한 현실의 벽이 존재합니다.
‘대통령의 말’보다 강한 ‘법과 의회’의 힘
미국은 대통령 한 명이 마음대로 법을 없앨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미 의회를 통과해 제정된 법을 폐지하려면, 새로운 ‘폐지 법안’이 똑같이 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대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대통령의 ‘관세 발표’나 정책 폐기 선언이 실제 ‘관세 발효’나 법안 폐지로 이어지기까지는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정치적 현실의 벽: ‘내 지역구 일자리는 소중하다’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이미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 법을 믿고 미국 현지, 특히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 수십조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이 법을 폐지해 투자가 중단되고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해당 지역의 주지사나 상하원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자기 지역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같은 당 소속의 대통령에게도 강력한 반대 압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는 ‘관세 폭탄 이유’가 되기도 하는 자국 산업 보호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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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의문: “혜택이 불확실한데, 왜 투자는 계속될까?”
상황이 이렇게 불확실하다면,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멈추거나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세 부담’이라는 더 큰 공포가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근’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더 무서운 ‘채찍’
이전 정부의 보조금은 미국에 투자하면 얻을 수 있는 ‘당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당근이 시들해지자,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훨씬 더 무서운 ‘채찍’이 등장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제 보조금이라는 이익을 좇는 것이 아니라, 관세 폭탄이라는 최악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이는 마치 ‘관세 협상 취소’라는 최악의 패를 피하기 위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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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자체가 주식 시장의 가장 큰 적
기업과 주식 시장은 ‘나쁜 소식’보다 ‘알 수 없는 상황’을 더 싫어합니다. 오늘의 ‘관세 발표’가 내일은 ‘관세 유예’가 되고, 모레는 ‘관세 부과 철회’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 자체로 거대한 위험 요인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마비시키고,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코스피 지수와 관세 관련주들의 주가를 끊임없이 흔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 관세’가 ‘철강’이나 ‘조선업’ 같은 특정 품목에 부과될 수 있다는 뉴스 하나만으로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하루아침에 폭락할 수 있습니다.
결론: ‘관세 뉴스’가 코스피를 흔드는 시대
결론적으로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정책 방향 하나가 우리 경제와 주식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관세 폭탄’이라는 위협과 ‘관세 합의’라는 기대감이 교차하며, 코스피와 각종 관세 관련주, 수혜주들의 주가는 예측 불가능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관세 뉴스를 접하실 때는, 단순히 ‘관세가 부과됐다’ 또는 ‘관세가 철회됐다’는 단편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역학 관계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헤쳐나가는 현명한 투자자의 길이 될 것입니다.